동유럽 배낭여행 2009 [6]

07.19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

따뜻한 쿠셋 칸의 꼭대기에서 잠이 든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사이엔가 날이 밝아 햇살이 커튼을 뚫고 벽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6인용 쿠셋이라 사람이 가득 차면 복잡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데, 다행히 나랑 동행 둘이서 전체를 독차지 할 수 있어서 여유 있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 불행히 이후에는 항상 복닥복닥 거리는 쿠셋 칸에서 잤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확인한 사항이긴 했지만 동유럽 유레일 패스로도 쿠셋을 이용하려면 항상 추가금을 내야 했다. 계산을 해본 결과 나처럼 오스트리아에서도 열차를 이용할 것이라면 동유럽 유레일을 사는 것이 낫고, 헝가리, 폴란드, 체코 같은 국가들에서만 열차를 이용할 것이라면 그냥 그때그때 돈을 내고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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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이윽고 차장이 안에 초코렛이 든 빵과 커피, 그리고 어제 맡겨두었던 여권을 들고 잠을 깨우기 위해서 찾아왔다. 열차는 곧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화려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도시와 전원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풍족함과는 다르게 헝가리에 들어서자 조금 다른 창 밖의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나지막하고 획일적인 건물들, 잘 관리 되지 않은 외벽과 정원 등으로 여름인데도 황량함을 느끼게 했다. 여기부터는 구 동유럽으로 분류되던 국가들이다. 코카콜라는 여기서도 마실 수 있겠지만 그 맛은 서쪽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다.

열차가 잠시 서다가다를 반복하더니, 이것이 슬슬 지겨워질 무렵 둔중한 움직임으로 부다페스트 역에 도착했다. 열차를 통한 교통이 일찍이부터 발달한 유럽에서는 이러한 느낌을 사람들이 모두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으리라. 나처럼 열차를 평생에 손꼽아 볼만큼 타본 사람은 옛날 흑백 영화 속에 반복되던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공간 기차역이 연상되어서 다소 신기했다. 아주 오래된 역사와 아주 오래된 플랫폼이었다.

가득 짐을 채워 넣은 배낭을 둘러매고 내리자, 열차 안이 오히려 조용했다 싶을 정도로 번잡하고 시끌시끌했다. 아침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다가가서 숙박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는 소위 삐끼들이 넘쳐난다. 빈 방을 놀리느니 여행객들을 재워주고 얼마간의 돈을 받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반인들까지 이러한 숙박업에 종사하고 있는 듯 하나, 역시 허가를 받지 않는 것은 다 불법으로 간주된다 한다. 안전과 가격을 위해서라면 정식으로 운영되는 유스호스텔을 찾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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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날씨에 비까지 내린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유로화를 헝가리 화폐로 바꿀 수 있는 환전소를 찾는 것이다. 역에서 운영하는 환전소는 항상 비싸다. 아침 일찍이지만 근처의 괜찮은 환전소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서쪽 중심가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 이른 시각, 게다가 일요일이라 문을 연 환전소는 몇 없었지만, 그나마 있는 것 중에 괜찮은 것들을 추렸다. 우리나라 주유소들처럼 입구에 어떤 비율로 교환이 가능한지가 적혀있었다. 한 시간 쯤 돌아다니면서 살펴보고 가장 나은 곳에서 일단 내일까지 쓰이게 빠듯할 것 같은 양을 교환했다. “이렇게 환전소가 많은데, 나중에 다시 바꾸면 되지 머.”라는 생각이 이었는데, 이 때문에 내일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된다 – _-

그 다음으로는 하루 숙박할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내일 저녁에 부다페스트를 떠나 크라코프로 다시 야간 열차를 타고 이동하게 되기 때문에 하루 숙박이면 충분했다. 무작정 떠난 여행이기에 별로 숙소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지 못했다. 게다가 탄력적으로 일정을 조절할 수 있게 처음과 끝 여행지에서만 숙소를 예약했고 나머지는 다 직접 현지에서 구해야 하기 때문에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일단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여행 책자에서 괜찮을 것 같은 민박 (가장 저렴한)에 전화를 걸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민박이라고 하고, 위치도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을 것 같아서 연락을 해봤더니, 운이 좋게 오늘 남는 방이 하나 있다는 것이다. 워낙 한국인이 많이 찾는지 한국어로 인사도 하고, 가격도 한국어로 말해주신다.

3정거장 정도를 지하철로 이동해 숙소가 위치한 곳으로 향했다. 지하철이 너무너무 오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영국을 제외하고는 전 유럽에서 가장 오래 전에 건설된 지하철이라고 한다. 한 100년은 되었을 것 같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숙소에서 마중을 나와계셨다. 역에서부터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해서 이러한 픽업 서비스가 없으면 찾지 못할 것 같았다. 환전을 위해 배낭을 매고 돌아다니느라 너무 진을 뺐는지, 막상 숙소가 정해지고 나자 다시 나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잠도 5시간을 채 자지 못했고, 자리도 불편 했던 지라 편한 침대 위에 누우니 잠과의 싸움에 이겨낼 수가 없었다. 일단 몇 시간이라도 자고 그리고 다시 나서기로 했다. 이때가 오전 11시 남짓일 것이다.

헝가리, 중심가를 누비다

한참을 눈을 붙인 후 일어나, 오후의 한 중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일정이 고작 1박에 불과해서 한정된 볼거리로 제한을 두어야 했다. 근교의 관광지는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고, 시내에 위치한 중심 시설들만 모아서 보아야 했다. 이래서야 패키지 관광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했지만, 애초에 탓할 것은 짧은 일정으로 기획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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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보면 훨씬 웅장할 것 같다 

나름대로 눈에 익은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이다. 영국 국회 의사당에 이어 두 번째로 거대한 국회 의사당 건물이라고 한다. 헝가리도 한때 부강한 나라였던가? 이쪽에서 강을 건너면 이 국회 의사당 건물과 호텔들이 밀집 되어있는 중심가가 나온다. 일단은 중심가 쪽은 내일 오후에 둘러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쪽의 다소 오래되어 보이는 유적지들을 살펴보기로 결정했다. 다소 늦은 오후였지만, 이때가 일요일이어서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웅성웅성 대는 소리와 함께 우리에게는 소매치기 주의보가 내려졌다. 워낙 치안이 좋지 않기로 소문 난 나라인데다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특히 그런데, 우리는 먼 이국에서 온 꼬꼬마 동양인들로 좋은 사냥감 이었다 – ㅅ-.

오래되어 보이는, 옛날 아마데우스 시절에 나무 바퀴로 된 마차가 다녔을 것 같은 길을 한참 올라가보니 다리와 강 건너편의 현대식 건물이 차츰 멀리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도쿄나 뉴욕의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현대식 도심이 아니면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런 곳은 전 세계에 도쿄나 뉴욕 밖에 없다. 도심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러한 한적한 도심? 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서울도 꽤나 도심이고, 꽤나 세련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커다란 강이 도시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모습이 닮아서 문득 서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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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강, 넓은 평야

저 멀리까지 지평선이 보이는 모습이고, 건물들은 이를 방해하지 않는다. 강을 건너는 다리들은 꼭 필요한 곳에만 있어서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차 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한 도심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모여 살기를 좋아하지만, 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사는 것도 좋지 않아 보인다. 유럽의 도시 같은 한적함이 서울에는 없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느끼는 활기찬 도시라는 인식이 거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결국 사람이 도시를 설계하고, 사람이 분위기를 만든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쉽게 올라올 수 있는 언덕을 힘겹게 걸어서 위쪽 부분에 다다르자, 어부의 요새가 나타나고 또 그 조각 상이 나타났다. 어부가 물고기를 잡는 어부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아는 다른 어부는 없지만, 조각상은 어부랑은 또 전혀 상관없이 생겼다. 외세의 침입에 맞서 여기서 싸워 지켜냈다고 하는데 언덕을 올라오는 곳곳에 성벽과 외부로 공격할 수 있게 뚫어놓은 구멍들을 봤는데, 여기가 요새의 역할을 하는구나. 이렇게 넓은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에 그나마 언덕 같은 곳이라고는 여기 하나 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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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게임에 나오는 레벨 좀 높은 캐릭터 같다

일단 언덕을 올라오느라 힘들었으니까 여기서 콜라 하나를 사 먹으면서 휴식. 또 엽서도 하나 사서 기념품으로 삼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오늘 저녁은 뭘 해먹을까를 고민했다. 오스트리아의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싼 물가 때문에 잘 먹지도 못하고 지내왔는데, 이제 물가가 저렴한 헝가리에 왔으니 뭔가 영양 보충을 해야 할 듯 싶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까 숙소에서 나올 때 지하철 역 근처에 테스코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곳에서 장을 봐서 숙소에서 무엇인가 먹는 것이 좋은 생각 같아 보였다.  여행 내내 테스코는 이곳 저곳에 있었다. 일단은 해가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고, 더 이상을 돌아다니기 너무 피곤한 관계로 아까 올라오면서 봤던 다리를 건너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식욕, 그리고 수면욕

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해서 움직이기도 힘들었고, 노점상이나 공연 등이 있었지만 부지런히 걸어 지난 후, 보이는 상점에서 맥주를 하나 사서 마셨다. 일정 내내 맥주의 가격은 서울보다 훨씬 저렴했다. 심지어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비싼 오스트리아에서도 그랬는데 덕분에 생수보다 맥주를 훨씬 더 마시게 됐다. 날씨가 더울 때 사서 마시는 맥주의 시원한 맛은 그나마 오래 걸어 다닐 수 있는 에너지가 됐다. 취기가 오른 얼굴로 대낮에 돌아다니는 것은 또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여기 사람들은 그게 일상인 듯 했다.

기분 나쁜 경험 하나가 문득 기억이 난다. 이윽고 지하철 역에 들어섰는데, 어느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년이 나가와서는 내가 지하철 표를 잘 못 샀는데, 원래 가격의 30%를 할인해서 주겠다는 것이었다. 표를 보니, 한눈에 봐도 스캐너와 컬러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조잡한 위조였다. 더욱이 잘 못 샀으면 역무원한테 환불 받으면 되지 왜 나한테 와서 이걸 싼값에 팔아 넘긴담. 아무튼 이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가 여기저기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속지 않도록 조심할 것. 괜히 몇 백 원 아끼려다가 벌금만 몇 만원 내는 수가 있다.

자판기에서 파는 ‘정품’ 티켓을 구입한 후 우리가 도착했던 기차역으로 다시 돌아갔다. 여기서 숙소까지 걸어가면서 중간에 위치한 테스코에서 장을 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도 삼성-테스코에서 합작해서 만든 홈플러스가 있다. 지금은 물론 삼성이랑은 아무 관계도 없지만. 이곳 테스코에서 파는 물건 중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것들은, 육류, 치즈, 빵 같은 서양식의 기본 재료가 되는 것들은 우리나라의 반값, 1/3 정도에 불과한 것들도 있었다. 덕분에 돈이 모자라게 될 걱정 없이 환전했던 이곳 화폐를 마음껏 쓰면서 저녁식사를 푸짐하게 만들 수 있었다. 뭐, 그래 봐야 햄이랑 샌드위치 정도지만.

어제 거의 수면을 취하지 못해서인지, 산 물건들을 가득 들고 돌아가는 길이 꽤나 멀고 힘들었다. 앞에도 썼지만, 단기 여행이 아닌 이상해야 충분히 먹고, 충분히 자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여행 동안 최초의 우리만 쓰는 숙소에서 충분히 쉬고 잘 것을 다짐하면서 숙소로 들어와 하루를 마무리 했다. 내일은 짧았던 이곳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크라코프로 이동한다.

Posted by Hwijung

2010/03/01 17:46 2010/03/0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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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배낭여행 2009 [3]

07.16

   빈(Wien)에서의 두번째 아침

   하루, 이틀 하고 말 여행이 아니라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되는 여행이라면 과욕은 금물이다. 먹는 것도 다르고, 자는 곳도 다르고,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거리도 다르고. 모든 것에 다 적응하느라 온몸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충분한 휴식 시간도 주지 않으면 병이 나기 마련이다. 아시아나 비행기가 얼마나 편한지 뼈져리게 느끼게 해준 오스트리아 항공에서의 불편한 좌석! 때문에, 허리가 안좋은 상태에서 첫날 무리를 했고, 또 18유로짜리 싸구려 유스호스텔의 더 싸구려 침대 때문에 기동력 50% 상태. 결국 계속 걸어다니던 여행을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여행으로 수정하고, 수면 시간을 충분히 잡았다. 첫날 6시에 나온 것과 달이 둘쨋 날은 9시에 집을 나섰다.

   쉔부른 궁전

   첫 행선지는 쉔부른 궁전이다. 전날에 옛날 궁전, 요즘 궁전, 높은 궁전, 낮은 궁전, 깨끗한 궁전, 지저분한 궁전, 궁전이라고는 지겹게 봤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궁전? 이번에는 넓은 궁전이다. 술래잡기를 말을 타고 해야할 정도로 넓고 깊은 숲이 우거져 있다. 여름에 방문하고, 숲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를 원한다면 꼭 모기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정도로 독한 모기들이 많다. 낯가림이 없는 다람쥐들이랑 조금 더 놀고 싶었지만, 조금만 더 지체했다가는 모기들에게 피를 쪽쪽 빨린 미이라가 될 것 같아서 서둘러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궁전 뒤쪽에는 이렇게 넒은 정원이!

   장기판의 궁 내부 모습처럼 궁전을 가운데 두고 8방으로 길이 나있는데, 뒤쪽으로 돌아가면 언덕 높은 곳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볼수 있고 가는 길 내내 아름다운 조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른쪽으로는 동물원도 있지만, 동물이야 만국 공통으로 굳이 여기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패스. 뭔가 역사적인 유래라던가, 어떤 유명한 사람이 살았다는 것. 등의 사실을 쓰고 싶지만 너무 준비없이 떠난 여행이라 아는게 없다. 뒤쪽 언덕을 올라가면 오페라, 뮤지컬의 배경이 될 만한 건축물이 있고 그 곳에서는 빈 시내를 전부 조망할 수 있다. 어제 방문했던 슈테판 성당의 모습도 보인다.

나지막한 언덕이지만 평지로 이루어진 빈 시내를 전부 볼 수 있다.

   호이리게 언덕

   뭐든지 정리가 필요할때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양한 것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눈으로 보이는 경치 뿐아니라 머리속의 잡다한 것들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물론 쉔부른 궁전의 뒷동산에서도 가능했던 일이지만 조금 더 욕심이 났다. 다시 트램을 타고, 버스를 타고 포도 농장이 빽빽한 호이리게 언덕으로 향한다. 궁전을 걸어다니느라 피곤했지만, 그래도 언제 내릴지 모르는 정류장을 놓칠새라 눈을 부릅뜨고 트램을 탔다. 다행히 빵굽는 냄새 가득한 마지막 정류장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린다.

트램에서 내려서 버스를 환승

   햇빛은 살인적으로 뜨겁지만, 그늘만 찾는다면 서늘한 날씨다. 여행 내내 선크림을 제대로 챙겨바르지 못해 귀국할 때 쯤에는 소매 속의 살과 소매 밖의 살이 서로 선명한 경계를 두고 대비되고 있었다.  아니 사실 선크림을 제대로 챙겨 발랐다 할지라도 이런 햇빛을 막아내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기는 하다. 따가운 햇볕에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려 드디어 올라탄다. 그나마 버스는 에어컨이 있구나. 오스트리아에서도 지하철, 트램은 기본적으로 에어컨이 없다. 이후 가게 되는 다른 나라들은 더욱 심하다. 다시 또 언덕을 구비구비, 어딘가를 또 들락날락해서 닿은 곳이 한층 더 높은 곳의 언덕. 우리나라에서는 산 축에는 못낄 정도의 큰 언덕이다. 다행히 좋은 날씨 덕택에 멀리까지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모기만 아니면 포도밭을 거닐어 볼텐데.

플라터 유원지

   사실, 오늘의 일정은 오전의 쉔부른 궁전, 오후의 호이리게 언덕, 그리고 저녁의 시청사에서의 필름 페스티벌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걸음을 재촉하게하는 모기와 햇살때문에 오후 늦게 시간이 비어버렸다. 숙소로 돌아가 쉬기도 조금 빠른 시간. 결국 부랴부랴 가이드 북을 찾아 적당한 시간안에 방문할 수 있는 관광지를 찾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 인연도 없이, 아무 의도도 없이 방문. 알고 있는 사전 정보도 없지만, 여행 후에 “나는 여기도 가봤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방문한 플라터 유원지다. 매우 오래된 유원지고 영화에도 많이 나왔다는 것 뿐 흥미로운 것은 없었다. 한낮의 유원지는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보다 호객꾼들의 외침이 더욱 컸다.

   

특이한 대관람차의 모양. 유명하단다.

시청에서의 필름 페스티벌

   빈까지 와서 빈 필하모닉의 공연을 못보고 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워서 필름으로나마 만나보려고 했다. 여름이 되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빈 시민들은 이렇게 시청사 앞에 큰 스크린을 만들어놓고 마치 영화를 관람하는 것 같이 음악을 감상하는데, 근처에는 국제 음식 축제도 같이 열려서 다양한 국가에서 온 분들이 자국의 음식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동남아, 일본의 음식은 있었지만, 한국의 음식은 없어서 아쉬웠다. 너무 비싼 가격에 다른 나라의 음식도 사서 먹지는 않았다. 나중에는 발디딜 틈도 없이 사람이 넘쳐났고 사실 관광객들을 위한다기 보다는 시민들의 부킹의 장이 되는듯.

자리를 맡으려 2시간이나 일찍 도착

   오늘의 레파토리는 모짜르트 특집이었는데,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플룻 협주곡레퀴엠이 상연되었다. 전자는 베를린 필과 카라얀의 협연이었고 후자는 빈 필과 역시 카라얀의 협연이었다.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꽤나 많이 볼 수 있었는데, 특히 한국 관광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내 자리 바로 앞에 앉은 분도 한국분이셨다. 공연 자체는 괜찮았지만 불편한 자리와 많은 사람들 그리고 숙소까지 돌아갈 교통편이 걱정되어 레퀴엠의 중간정도까지만 감상하고 나와서 숙소로 향했다. 이제 내일은 빈을 떠나 짤쯔부르크로 향하게 된다. 돌아오는 비행기 편에 빈 국제공항을 들르기는 하지만, 이제 빈은 안녕이다. 화려한 바이올리니스트의 보잉처럼 찬란한 음악의 도시에서의 밤은 모짜르트의 레퀴엠과 함께 마무리 했다. 언젠가는 꼭 빈에 다시와서 빈 필하모닉의 공연을 직접 관람해야겠다는 소망을 마음 속에 접어 넣었다.

25년 전의 공연이 다시 부활

Posted by Hwijung

2009/10/11 18:57 2009/10/11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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